지방자치선거에 정당공천제를 반대한다
배남효(대구광역시 달서구의원)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올해 10년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것은 2할 자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처럼 법제도 자체에서 오는 근본적인 제약과 한계의 탓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주어진 수준조차 실천하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활동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 따라서 지방자치를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법제도의 개선과 양질의 인력으로 교체하는 일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양질의 인력으로 교체하는 문제를 직접 가로막고 있는 것이 지방자치 출마 후보에 대한 정당공천제이다. 선거 후보에 정당공천제를 도입하는 것은 보다 정치에 전문적인 정당의 공신력으로 후보를 보증하여 유권자의 판별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 원래 취지일 것이다. 이것은 제대로 된 정당정치가 뿌리내린 선진국에나 가능한 일이고 우리나라와 같이 일인중심의 봉건적인 지역정당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곳에서는 폐해만이 있을 뿐이다.
특정지역에서 특정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그냥 되는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서는 이 정당공천제가 문제 많은 인물들을 정당공천이라는 미명하에 지방자치에 진출시키는 나쁜 제도로 작용할 뿐이다. 그 사람의 자질이나 능력에 무관하게 특정정당과 관계가 좋은 사람들이 적정한 절차를 거쳐 후보로 공천받아 유권자의 올바른 투표의 검증도 없이 쉽게 당선되어 지방자치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지방자치 선거에서 투표로 직접 선출된 대구시의원 전부가 특정정당의 출신이라는 사실이 이러한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역과 주민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유관기관이나 시민단체에서 의정활동 베스트로 뽑힌 시의원들도 모두 낙선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도 모두 이 정당공천제의 폐해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는 주어진 예산을 지역과 주민을 위해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행정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정당정치가 굳이 지방자치에까지 도입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할 수 있는 자기 재원과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예산으로 살림을 꾸려나가는 정해진 범위의 활동이기 때문에 국가권력 쟁취를 위해 전국적인 범위에서 활동하는 정당이 굳이 개입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중앙권력의 흐름과 달리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중앙정부가 여당인데 지방자치단체가 야당일 수 없는 현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상당수의 지방자치단체장이 정당을 바꾸어가면서까지 여당에 들어가는 현실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현재 정당정치의 수준에서 정당공천제는 유능한 신진인사의 진입을 가로막는 나쁜 장벽으로 작용하는 부정적인 면이 훨씬 크므로 일정기간 동안 유보하는 쪽이 좋을 것이다. 지역정당의 문제점이 어느 정도 극복되어 제대로 된 정당정치가 뿌리내리기 전까지는 정당공천제 실시를 유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의 지방자치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지방자치에 진출한 인물의 문제에서 오는 바가 크고, 그 인물의 문제를 바로 정당공천제가 조장하고 있기 때문에, 유능한 신진 인사의 진입으로 지방자치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정당공천제를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